임금피크제 두고 혼란 빠진 산업계…“명확한 기준 통해 생산성 저하 막아야” [비즈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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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은지이이 작성일22-05-28 09:40 조회9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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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임금피크제 효력 유무 판단 4대 기준 제시기업들 모호한 기준 비판…노사 갈등에 불 지펴 신규 고용창출 효과…제도 보완에 초점 맞춰야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종로구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김지윤·김지헌 기자] 대법원은 이번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내놓으면서 임금피크제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타당성, 임금 삭감의 폭, 업무량 감소 여부, 감액된 재원의 활용도 등이다.대법원의 이런 판단 기준을 두고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노사 합의만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살피면서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기업들, ‘임피제’ 노사 갈등 씨앗 될까 우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을 두고, 기업 인사팀과 변호사 사무실 등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기업들은 향후 발생할 갈등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대법원은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했더라도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면 삭감한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이미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수정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이 노사 갈등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실제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은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논란이 됐다. 특히 정년에 육박한 노동자들이 많은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업종은 임금피크제를 활발하게 운영 중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크다.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어 왔는데, 이번 판결로 노조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까 우려된다”며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며 기존 생산인력의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가 신규 충원에 더해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피크제 이슈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첨단 기술을 가진 실력 있는 근로자에 대한 고용은 필수인 만큼 향후 대책 마련을 대비해 사안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기업들은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효력 기준 또한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의 합법성을 인정 받기 위한 요건 등을 보다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타당성, 업무량 감소 여부 등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고, 사측과 노동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의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는데, 이제 임금피크제 폐지를 논하는 현실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사 간 상생 모델로 임금피크제 확대를 적극 권장했다”며 “임금피크제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이제 와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경제단체 “산업 현장 혼란 야기, 기준 명확해야”=경제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까 우려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산업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향후 노사 문화가 대립적인 업종일수록 이번 판결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특정 업종의 근로자 연령 구조보다는, 노사 문화 대립이 심할수록 이번 임금피크제 관련 이슈가 더 불거질 것”이라며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기존 임금 피크제를 더욱 정교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김봄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2016~2018년 362개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금피크제 운영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실시한 결과를 담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효과 분석을 통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논의에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에서 신규 채용이 증가했고, 이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인건비 절감 재원을 기초로 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은 일단 최소한의 성과는 달성했다”고 봤다.이어 “다만 각 기관의 특성에 부합하도록 임금피크제가 설계되고 조정돼야 하며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한국중견기업연합회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황과 거세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혼선이 기업의 추가적인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종로구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김지윤·김지헌 기자] 대법원은 이번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내놓으면서 임금피크제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타당성, 임금 삭감의 폭, 업무량 감소 여부, 감액된 재원의 활용도 등이다.대법원의 이런 판단 기준을 두고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노사 합의만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살피면서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기업들, ‘임피제’ 노사 갈등 씨앗 될까 우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을 두고, 기업 인사팀과 변호사 사무실 등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기업들은 향후 발생할 갈등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대법원은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했더라도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면 삭감한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이미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수정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이 노사 갈등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실제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은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논란이 됐다. 특히 정년에 육박한 노동자들이 많은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업종은 임금피크제를 활발하게 운영 중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크다.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어 왔는데, 이번 판결로 노조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까 우려된다”며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며 기존 생산인력의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가 신규 충원에 더해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피크제 이슈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첨단 기술을 가진 실력 있는 근로자에 대한 고용은 필수인 만큼 향후 대책 마련을 대비해 사안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기업들은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효력 기준 또한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의 합법성을 인정 받기 위한 요건 등을 보다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타당성, 업무량 감소 여부 등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고, 사측과 노동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의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는데, 이제 임금피크제 폐지를 논하는 현실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사 간 상생 모델로 임금피크제 확대를 적극 권장했다”며 “임금피크제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이제 와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경제단체 “산업 현장 혼란 야기, 기준 명확해야”=경제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까 우려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산업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향후 노사 문화가 대립적인 업종일수록 이번 판결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특정 업종의 근로자 연령 구조보다는, 노사 문화 대립이 심할수록 이번 임금피크제 관련 이슈가 더 불거질 것”이라며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기존 임금 피크제를 더욱 정교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김봄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2016~2018년 362개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금피크제 운영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실시한 결과를 담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효과 분석을 통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논의에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에서 신규 채용이 증가했고, 이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인건비 절감 재원을 기초로 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은 일단 최소한의 성과는 달성했다”고 봤다.이어 “다만 각 기관의 특성에 부합하도록 임금피크제가 설계되고 조정돼야 하며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한국중견기업연합회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황과 거세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혼선이 기업의 추가적인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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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써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경유의 배신’, ‘경유 가격 기가 막히네.’ 요즘 뉴스판을 도배하는 기름값 관련 소식이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싸다는 통념이 깨지자 경유차를 모는 사람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5월 11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47.59원으로, 휘발유 가격(1946.11원)보다 비싸다.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5월 24일 경유 가격이 처음으로 리터당 2000원을 넘었다. 이날 휘발유 값은 1994.77원이다. ‘서민 연료’로 인식됐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수요와 공급.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이동이 증가하고 산업 생산이 늘면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대유행으로 유럽 정유사들이 문을 걸어 잠가 석유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덮쳐 공급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영국·캐나다 등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디젤(경유) 차량 수요가 많은 유럽은 수입 경유의 약 6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재고가 동이 나고 수입도 어려워진 셈. 유럽의 경유 가격 급등은 국제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경유 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가격과 연동돼 있다. 다음은 세금. 국제 시장에선 원래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휘발유가 수송용으로만 쓰인 반면 경유는 수송용 외에도 발전용·산업용·농업용 등 수요가 다양하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연비가 좋고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유는 휘발유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높다.한국에선 통상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싸다.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이 경유보다 높기 때문이다. 경유에 세금을 낮게 부과한 배경은 이렇다. 1970~1980년대엔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분류됐다. 자동차의 연료인 휘발유에도 세금이 많이 붙었다. 반면 화물차·굴착기·레미콘·발전기 등 ‘산업 현장’ 곳곳에 쓰이는 경유에 매긴 세금은 낮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유의 세금이 올랐다. 정부가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2001~2007년)을 시행하면서 경유에 붙는 세금(교통세+주행세+교육세 등)이 높아졌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휘발유를 100%로 봤을 때 1차로 100 대 75로 조정하고 다시 2차로 세금을 더 올려 100 대 85로 맞췄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유 자동차가 늘었다. 2005년 유럽연합(EU)의 요구로 디젤 승용차의 규제를 풀면서 세단형 디젤 차량 판매를 허용했다. 벤츠 디젤 승용차가 한국에 들어왔고 기아의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한국 기업도 디젤 모델을 줄줄이 내놓았다. 외제차는 힙하고 국산차는 기름값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생업에 경유차를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도 늘었다. ‘서민 기름’이 된 셈. 정리하면 2000년대 이후 경유의 수요가 늘었고, 세금 올라 휘발유 가격과 차이가 좁혀졌다. 최근 가격 역전 상황을 얘기해 보자. 유류세 인하 조치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차이를 더욱 좁혔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반년간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까지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앞서 말했듯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는데 유류세를 20%→30% 일괄 인하하면서 가격 인하 폭이 경유보다 휘발유에서 더 크게 발생, 역전으로 이어졌다. 숫자로 설명해 보자. 현행법상 리터당 유류세(부가가치세 10% 포함)는 휘발유 820원, 경유 581원이다. 휘발유 1400원, 경유 1200원이라고 가정하고 기름값만 계산하면 휘발유 580원, 경유 619원이었던 셈이다.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20%로 낮아지면서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각각 164원·116원·40원 내렸다. 5월부터 유류세 인하를 30%로 확대하면서 각각 247원·174원·61원 더 내렸다. 239원 차이가 나던 휘발유와 경유 간 세금 차이가 현재 167원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역전이 발생한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 주던 세금의 격차가 줄어들자 소비자 가격의 역전으로 나타났다.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중국 등을 중심으로 경유 수요가 증가한 요인으로 경윳값이 올랐다면 최근 경유 가격 상승은 수요가 증가하는 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며 “단기 기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송영 기자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써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경유의 배신’, ‘경유 가격 기가 막히네.’ 요즘 뉴스판을 도배하는 기름값 관련 소식이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싸다는 통념이 깨지자 경유차를 모는 사람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5월 11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47.59원으로, 휘발유 가격(1946.11원)보다 비싸다.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5월 24일 경유 가격이 처음으로 리터당 2000원을 넘었다. 이날 휘발유 값은 1994.77원이다. ‘서민 연료’로 인식됐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수요와 공급.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이동이 증가하고 산업 생산이 늘면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대유행으로 유럽 정유사들이 문을 걸어 잠가 석유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덮쳐 공급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영국·캐나다 등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디젤(경유) 차량 수요가 많은 유럽은 수입 경유의 약 6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재고가 동이 나고 수입도 어려워진 셈. 유럽의 경유 가격 급등은 국제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경유 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가격과 연동돼 있다. 다음은 세금. 국제 시장에선 원래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휘발유가 수송용으로만 쓰인 반면 경유는 수송용 외에도 발전용·산업용·농업용 등 수요가 다양하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연비가 좋고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유는 휘발유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높다.한국에선 통상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싸다.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이 경유보다 높기 때문이다. 경유에 세금을 낮게 부과한 배경은 이렇다. 1970~1980년대엔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분류됐다. 자동차의 연료인 휘발유에도 세금이 많이 붙었다. 반면 화물차·굴착기·레미콘·발전기 등 ‘산업 현장’ 곳곳에 쓰이는 경유에 매긴 세금은 낮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유의 세금이 올랐다. 정부가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2001~2007년)을 시행하면서 경유에 붙는 세금(교통세+주행세+교육세 등)이 높아졌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휘발유를 100%로 봤을 때 1차로 100 대 75로 조정하고 다시 2차로 세금을 더 올려 100 대 85로 맞췄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유 자동차가 늘었다. 2005년 유럽연합(EU)의 요구로 디젤 승용차의 규제를 풀면서 세단형 디젤 차량 판매를 허용했다. 벤츠 디젤 승용차가 한국에 들어왔고 기아의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한국 기업도 디젤 모델을 줄줄이 내놓았다. 외제차는 힙하고 국산차는 기름값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생업에 경유차를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도 늘었다. ‘서민 기름’이 된 셈. 정리하면 2000년대 이후 경유의 수요가 늘었고, 세금 올라 휘발유 가격과 차이가 좁혀졌다. 최근 가격 역전 상황을 얘기해 보자. 유류세 인하 조치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차이를 더욱 좁혔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반년간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까지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앞서 말했듯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는데 유류세를 20%→30% 일괄 인하하면서 가격 인하 폭이 경유보다 휘발유에서 더 크게 발생, 역전으로 이어졌다. 숫자로 설명해 보자. 현행법상 리터당 유류세(부가가치세 10% 포함)는 휘발유 820원, 경유 581원이다. 휘발유 1400원, 경유 1200원이라고 가정하고 기름값만 계산하면 휘발유 580원, 경유 619원이었던 셈이다.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20%로 낮아지면서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각각 164원·116원·40원 내렸다. 5월부터 유류세 인하를 30%로 확대하면서 각각 247원·174원·61원 더 내렸다. 239원 차이가 나던 휘발유와 경유 간 세금 차이가 현재 167원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역전이 발생한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 주던 세금의 격차가 줄어들자 소비자 가격의 역전으로 나타났다.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중국 등을 중심으로 경유 수요가 증가한 요인으로 경윳값이 올랐다면 최근 경유 가격 상승은 수요가 증가하는 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며 “단기 기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송영 기자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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