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사는 한 70대 노인이 평생을 호적 없이 살다가 방학2동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지난 2일 처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게 됐다. 그는 한양 장씨라는 본관을 얻었다.



서울 도봉구청 청사. /도봉구장씨가 주민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작년 10월 이웃에 살던 슈퍼마켓 주인이 그를 데리고 주민센터를 방문하면서 발견됐다. 당시 이 슈퍼마켓 주인은 장씨가 코로나 지원금을 받도록 주민센터에 신청하려고 했다고 한다. 주민센터 측은 장씨가 “신분증이 없다”고 말하고 지문을 찍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없자, 장씨가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무호적자’라는 것을 알았다.장씨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랐다. 친부모는 장씨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장씨는 화교 부모에 입양되면서 고아원을 떠났고, 자라서 양부모로부터 벗어난 뒤에는 주로 가정부로 일하거나 식당 주방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병원 진료에는 주민등록이 필요하나, 장씨는 아플 때 병원을 가지 않고 약국에서 약을 탔다고 한다.장씨가 어릴 적 지내던 고아원을 기억하지 못해 주민등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방학2동 주민센터 담당자는 “주민등록을 하려면 출생한 곳이나 자라온 곳의 공적인 서류가 증빙서류로 있어야 하는데, 장씨가 고아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서류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이에 주민센터 담당자는 경찰서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의 자문을 받아 장씨의 본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장씨가 평생 서울에서 살아왔다는 사연에 따라 새 본관은 ‘한양 장씨’로 정했다.장씨는 작년 12월 법원에 성과 본을 새로 만들겠다는 신청을 하고, 올해 5월에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만들겠다는 신청을 했다. 장씨를 약 10년 간 알아왔다는 인근 슈퍼마켓 주인은 일종의 법적 증인 개념인 ‘인우보증인’으로 나서 장씨를 도왔다.법원의 허가를 얻어 장씨는 지난 2일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았다. 이달 내로 첫 주민등록증도 받는다.